그 언젠가부터 생에 들러붙어 있는 깊은 방황 속에서의 긴장감은 여전히 끝없는 의혹 속으로 자신을 방치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통해 알 수 있을 거란 기대는 그저 하얀 뭉개구름 안에 갇힌 환상같다.

자신의 후회를 스스로부터 가리우고 타의에 의한 책임감에 대한 감각을 항상 깔끔하고 정확하게 유지한다.

“왜 그때 ‘노’라고 하지 않았어?”

“난 이미 길들여져 있었으니까… 그저 구차하게 느껴져서 그냥 수긍하게 됐어.”
“그러니까 너만의 책임은 아니야. 그래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 수 없었어. 그래서 떠났고 ‘그날’ 이후로 돌아오는 것이 훨씬 더 힘들것을 알았어.”

“그날?”

“새언니를 위해 신장기부 수술 마치고 회복실에서 오빠가 마취에서 깨어나길 혼자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용수철에 튕겨오르듯이 벌거벗은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 고통스런 비명처럼 내지른 말이… ‘너 왜 돌아왔어? 나한테 복수하려고?’라고 했어.”

그리곤 마취가 덜 깬 그 몸이 다시 병실 침대에 내동갱이쳐지듯이 다시 눕고나서 시간도 공간도 느낄 수 없고 적막의 공허함에서 난 한동안 실존하지 않은 듯이 있었다.